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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쿄 화방 탐방기

2024.9.20

<#1 도쿄 화방 탐방기>에는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3박 4일간의 여정을 담았다.

동양 재료 중 ‘채색’ 재료의 중심지인 일본 도쿄의 화방들을 방문하고, 평소 사용하던 재료와 또 새롭게 연구하고 싶은 재료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작가들은 평소 궁금했던 재료들을 구입하여, 작업의 과정을 기록하고 실험하듯 작품을 제작하였다. 이는 오프라인 전시와 온라인 작업페이지를 통해 10월 17일부터 확인할 수 있다. 본 페이지에서는 권태경, 최아란 작가의 작업론을 중심으로 하는 도쿄 화방 탐방기를 소개한다.

 

p.s. 두 필자의 이야기는 겹치기도 하지만, 같은 곳을 방문 후 다르게 보는 시선도 있기에 편집하지 아니함.

탐방한 화방 리스트

Photographed by Kwon Tae Gyeong

리뷰어 : 권태경
 

# 개요

이번 '오온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평소 사용에 아쉬움이 많았던 하늘색 계열, 미감 색 계열과 감색 튜브물감의 대체재 혹은 문제 해결 방안을 이번 실험을 통해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포수하지 않은 한지(장지)에 한국화 튜브물감을 사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동양화 물감은 튜브물감 외에도 안채, 봉채, 석채 등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나는 오랜 시간 대상을 마주하며 그리는 방식을 추구하기에 빨리 발색이 올라오는 재료들보다는 오랫동안 여러 번 쌓아올려야 하는 한국화 튜브물감을 주로 사용한다. 그 중 미감색과 감색을 사용할 때면 색이 물에 깨끗하게 풀리지 않고 종이 위에 발렸을 때, 마르면서 군데군데 색이 뭉치는 것에 아쉬움이 컸다. 이는 분채와 튜브물감 모두에게서 보이는 현상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대체하거나 해결할 방안을 이번 실험과 리서치 트립을 통해 찾을 수 있었으면 했다. 또한 동양화 물감은 형태를 불문하고 선택지가 좁은 편이기에 선택의 폭이 한두 가지라도 더 넓어진다면 작업을 계속해나가는 데 있어 성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화 물감에 있는 색이라 하더라도, 써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아교 베이스 튜브물감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두고 도쿄 화방을 탐방했다.

먼저 오즈와시는 일본의 전통종이를 판매하는 곳으로, 서화지, 공예지, 회화지, 판화지 등 다양한 종이들을 볼 수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체험하는 곳도 있었으며, 여러가지 종이를 테스트 해볼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어디서 만들어진 종이인지 여쭤보면 모두 알려주셨다.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기록은 남길 수 없었지만 다양한 종류의 종이가 세세히 분류되어 진열된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었던 화방이었으며, 한국에 비해 일본은 전통종이를 일상화해서 사용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겟코소와 도쿄큐쿄도, 이토야는 전통안료보다는 일반적인 화방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전통안료가 없거나, 혹은 일부만 있거나, 서예쪽 재료만 있는 화방이었다. 시부야에 위치한 우에마츠 또한 동/서양 재료를 가리지 않고 판매하는 화방이었지만, 여기서 직접 제작하는 석채와 분채를 중점적으로 판매하며 위의 화방에 비해 동양화 재료가 비교적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었던 화방이었다. 여기서 여우표 물감을 발견하여 구매했으며, 분채의 색이 매우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여 계획에 없이 함께 구매하게 되었다. 재미있던 기억으로는, 우에마츠에서도 몇 가지 종류의 일본 전통종이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지(장지)와 매우 흡사한 질감의 종이를 발견하여 원산지를 물었더니 놀랍게도 한국에서 온 종이였다.

킨카이도와 도쿠오오켄, 키야는 도쿄예대 근처에 자리한 화방으로, 다른 곳들과는 달리 동양화 재료만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화방이었다. 각 화방에서 직접 제작하는 석채들이 아름답게 옻칠이 된 붓들과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세 곳 모두 석채와 분채는 우에마츠에 비해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다. 게오켄에서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어교도 판매하고 있었다. 어교와 아교 모두 한국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었다. 키야에서는 일본에서 제작되는 비단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번 탐방에서 방문한 화방 중 유일하게 비단을 판매하는 화방이었다.

구매한 물품 리스트

Photographed by Kwon Tae Gyeong

#탐방후기
 

* 도쿄 화방 탐방을 하면서, 여기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동양화 재료의 폭이 좁긴 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특히 동/서양 재료를 가리지 않고 모아둔 이토야에서 그걸 많이 느꼈다. 한국의 화방이 그렇듯, 여기도 대중적인 화방에서는 극히 일부의 동양화 재료만 볼 수 있었다. 그래도 확실히 분채/석채 등의 재료는 많이 연구되고 발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석채를 생산하는 곳이 아직 가일아트밖에 없는데, 일본에서는 석채를 각 화방마다 직접 생산하는 곳이 많다는 점이 놀라웠다. 선택지가 많다는 점이 부러웠다.

* 내 주재료인 튜브물감은 생각보다 그렇게 선택의 폭이 넓진 않았다. 아무래도 석채/분채가 잘 발달해 있고, 전통안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추세 때문인 듯하다. 길상의 경우엔 한국과 가격차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고, 여우표 튜브를 만난건 매우 반가웠다. 용량도 꽤나 많은데다, 한국에서는 8-9천원 정도의 가격인데 현지에서는 605엔에 구매할 수 있어, 다음에 도쿄에 방문하게 되면 좀 많이 구매해가려고 한다.

* 종이(와시)의 질감이 한국의 한지와는 많이 차이가 난다. 종이의 질감이 매우 고와 때가 쉽게 일어난다. 구매 당시 그림을 붓으로 거칠게 닦아내는 방식을 사용하는 내 작업과는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하며 구매를 했는데, 역시나였다. 한 종류는 용도가 맞지 않은 판화지이고 너무 쉽게 찢어져 사용할 수 없었다. 한지와 질감이 유사했던 다른 한 종류도 한지에 비해 종이 속 입자끼리 엮여있는 힘이 약한 느낌이었다. 종이를 붙이면서도 힘주어 당기면 손자국이 남는 느낌이었고 때도 훨씬 쉽게 일어나, 한지를 대체하기에는 맞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

* 일본의 종이(와시)가게는 먹이 번지지 않도록 표면 처리 되어 나오는 제품이 많았다. 오즈와시도 그랬고 그 외의 화방이나 문방구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종이(그림 그리는용도 외) 대부분이 표면처리 되어 나오는 제품이었다. 어떤 표면 처리를 거친 건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번지지 않는다고 홍보되는 상품이 많았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보다 일상적으로 전통종이를 사용하고 찾는 사람이 더 많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반대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이 많기에 편의성을 위해 표면 처리해서 나온 것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한국에서 한지를 제작하는 곳이 다시 부흥하고, 대를 이으려는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안타까운 일들을 막으려면 일본에서처럼 일상으로의 유도 또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