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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페어가 끝난 후, 짧은 대화

모유진, 정민주
2026.7.30

(민주) 안녕하세요. 모유진 작가님, 이번 슈퍼마켓 부스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무엇인가요?

(유진) ‘상황을 컨트롤 하지않고, 현장 상황에 맡겨 보자.’ 작업 내용의 전환 시점에 가서 머릿속이 조금 복잡했어요. 내용상으로나 시각적으로 정리가 필요한 시기였던지라 짧게 만나지만 만나는 사람들과 인연에 집중해 보자고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민주) 그렇군요. 오온 부스에는 짧은 인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장치로 드로잉을 함께 했어요. 그동안 했었던 오온 시리즈를 확장하는 개념으로 ‘한지’ 사용의 경험을 넣는 고민도 함께 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워낙 많은 수업과 워크숍을 운영하셨었는데. 이번 부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을까요? 사건, 사람 등 모두요. 

 

(유진) 오온 부스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많이 들렀던 것 같아요. 우리는 테이블도 있고 의자도 마련되어있으니까,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또 드로잉을 하면서 차분하게 감정적으로도 한템포 쉬어가는 느낌이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스페인 부스 작가들이에요.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데리고 와서 참여를 유도하기도 하고 몇 번씩 반복해서 방문해서 마치 작업 하듯이 참여해 주었어요. 

또 기억에 남는 부스는 여러 부스들이 다 특색이 있었는데, 그 중에 현장에서 작가들이 호흡하면서 드로잉을 증식해가는 공간이 기억남아요. 시시각각 변화하는 드로잉으로 채웠는데, 서너명이 같이 하는 것 같았어요. 한 사람드로잉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소통하고 호흡을 맞춰 공간을 점유해가는게 시각적으로 즐겁더라고요. 자유롭게 펼치는 점이 그 행사의 형태라 많이 비슷해 보였던 것 같아요. 수많은 퍼포머들이 있었지만, 저는 유난히 거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민주) 라이브 드로잉의 전체 과정이 오온 부스의 핵심이었는데요. 매우 큰 작업의 결과물을 얻으셨는데, 이후 계획이 있으실까요?

(유진)그동안 한국에서 진행했던 현장작업은 비예술인들과 작업을 했어서 제 작업물로 업데이트할 땐 덧그리거나 새롭게 조합해내는 것으로 작업을 마무리 했었어요. 

이번 슈퍼마켓 작업물은 사실 스웨덴이나 스톡홀름을 잘 모르는 상태로 다녀온 것 같아 아쉬워요. 돌아와서 보니 느꼈던 감정들이 어떤 것을 대체해서 나와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이후에 기회를 만들어 다시 다녀오거나, 문화적으로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참여한 드로잉의 수준이나 특유의 색감 등을 제가 재해석하여 덮어버리기엔 아쉬운 마음이 크고,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민주) 네, 정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우리의 의도를 파악하여 함께 해주었던 것 같아요. 저도 부스를 준비 할 때엔 현장 작업물이 귀국후에 후기 작업물로 새롭게 나오면 재밌겠다라는 추상적인 생각을 했었는데, 그 순간에 나눴던 시간들과 감정들을 생각해보면 또 원본만한게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으로 슈퍼마켓은 작가님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요?

(유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내 마음이 가는대로 하면 되는 데 너무 주춤거리고, 그동안 고정된 틀안에 맞추어가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그 방향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더 자유롭게 개*마이웨이어야 하지 않나, 너무 움츠려들지 말고 작업해 나가려구요.

 

(민주) 맞아요. 사실 부스 설치하면서 저희 모두 잘못온 느낌을 받았었죠. 오온 부스 내용도 굉장히 러프한 편이었는데, 모두 개성이 넘쳤어요. 어떤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게 혼재되어있었고, 기획자, 작가, 운영자 등 경계도 많이 흩어져있었고요. 물론 슈퍼마켓 자체가 그런 곳이기도 하지만요. 한국과 비교해보면 ‘규정’과 ‘제도’에서 자유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경직된 환경에서 잘 만들어지고,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구나 하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와인을 열심히 마셨던 것 같네요. (ㅎㅎ)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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