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일아트 석채 워크숍 방문기
2024년 7월 30일, 양평에 위치한 가일아트 워크숍 현장을 방문했다. 1층에는 갖가지 종류의 석채 원재료와 완성된 석채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아직 워크숍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진열된 원석과 재료들만으로 여러가지를 알 수 있는 공간이었다.
평소 나는 튜브물감을 주로 사용하고, 그외에 분채와 봉채, 안채를 몇 번 사용해본 적 있는 정도였다. 석채에 대해서는 비단 작업에 주로 사용한다는 것과 돌을 갈아 만든 안료라는 것. 그 두 가지만 알고 있으며, 사용해본 적은 없는 상태였다. 워크샵 초반에는 가일아트 대표님께서 분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각 원석으로 어떤 색깔의 석채가 되는지, 그 원석의 특징은 무엇인지, 어떤 화학적 반응을 통해 변화하게 되는지 등을 알려주셨다. 호분에 대해서도 검색만으론 알 수 없는 정보들을 알려주셨다. 한 원석으로 수많은 단계의 색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점이었으며, 막연히 돌가루이기에 입자가 거칠 것이라는 편견 또한 깨지는 시간이었다.
설명을 듣고 난 후에는 여러가지 색의 석채와 편채라고 불리는 염료를 테스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채 또한 처음 알게된 물감이었는데, 이 편채는 안료와는 다른 염료라는 재료다. 안료(pigment)는 일반적으로 물이나 기름, 알코올 등에 녹지 않아 그 속에 분산시켜 입자상태로 사용하는 색소를 말하며, 석채와 분채 모두 안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염료는 물과 기름에 입자가 녹아 사라진 상태로 사용하는 색소라고 볼 수 있다. 한지를 포수하지 않고, 맑은 농도의 물감을 염색하듯 수 차례 입혀 그리는 방식을 사용하던 내게는 정말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그중에서도 천연 쪽으로 만든 편채인 청화는 어찌나 색이 맑고 고운지, 10g에 35000원이나 하는 비싼 가격에도 3병이나 구매해버렸다.

직접 만든 이름없는 석채

여러가지 색의 석채와 편채

맑은 남빛을 띄며, 생각보다 쉽게 녹는다.
석채에 대한 설명과 테스트 시간을 가지고 난 후에는, 석채를 직접 만들어보는 워크샵을 진행했다. 원하는 색을 고른 후, 주가 되는 색 이외의 돌조각을 작은 핀셋으로 골라낸다. 더 세심하게 골라낼 수록, 더 깨끗한 색이 나오는 듯 했다. 다 골라낸 후에는 사발에 돌조각을 넣고 물을 섞어 갈아준다. 처음에는 탁한 색이 나오는데, 물을 섞어 탁물을 빼주고 다시 갈아주는 과정을 반복하면 점점 맑고 고운 색이 나온다. 모든 과정은 매우 세심하면서도 힘든 노동이 필요했다. 특히 돌조각을 골라내는 것은 가장 시간이 많이 드는 과정이었는데, 상품을 생산할 때도 기계가 대신 해줄 수 없어 사람이 직접 해야한다고 했다. 석채가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갈아주는 과정을 끝내고 건조를 거쳐 나온 석채는 굉장히 작은 양이었다. 기나긴 수고로움을 거쳐 나오는 양이 손톱만한 양이니, 그렇게 비쌀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워크샵을 들으면서, 내가 쓰는 안료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없었는지, 모르는 안료에 대해 얼마나 보수적인 태도로 작업을 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튜브물감을 선호하고, 분채를 불호하는 것에 대한 원론적인 이해를 얻으니, 어떤 재료를 어떻게 탐색해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단순한 재료 탐색이 아닌, 재료에 대한 이해가 선택으로 이끈다는 것을 알게되었으며, 뭐가 더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를 알고 선택하는 것과 모르고 선택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