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권태경 아티스트 토크 in Tokyo
: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고통으로부터 救い》
2025.10.15
2025.05.17. 아티스트 토크 기록
모더레이터 및 통역: 콘노 유키
참여자: 권태경, 정민주, 사와다 이쿠히샤
장소: 더 화이트 도쿄
본 글은 2025년 여름에 진행된 아티스트 토크의 녹음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구어체가 일부 섞여 있으며, 현장의 흐름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큰 수정 없이 옮겼습니다. 일본어 통역 부분은 별도로 기재하지 않고, 한국어 발언만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권태경- 안녕하세요. 이번 전시를 열게 된 권태경 작가입니다.
콘노 유키- 안녕하세요. 저는 콘노 유키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시는 분도 많이 계실 것 같지만, 오온을 운영하시는 정민주 님과 여기서 개인전을 하시는 권태경 작가님하고는 한국에서 알게 된 사이여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사와다 이쿠히샤- 안녕하세요. 이 공간, 더 화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사와다라고 합니다. 작가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정민주- 우선, 권태경 작가님이 직접 작가 소개와 전반적인 작업 소개를 해드릴 예정입니다.

권태경- 저는 현실의 풍경 속에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는 권권태경 작가입니다. 살아간다는 게 뭔지, 죽음 이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고요. 세상에 한 점 미련이 없어야 온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미련을 덜어내는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작업을 합니다.
이전 작업에 대해서 조금 얘기하자면, 이전에는 검은 밤바다를 그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인식하기 시작했고, 지하철 창밖 너머의 풍경을 그리면서 그리움과 같은 감정들을 그리기도 했고, 검은 밤하늘 아래 가로등 불빛들을 그리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이 길을 나아가야 할지, 살아가야 할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앞으로는 삶과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야겠다 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법적인 방식으로는, 한지에 맑은 농도의 물감을 계속해서 흡수시키고 증발시키는 순환의 과정을 반복해 나가면서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에요. 삶 속에서 꾸준히 저 자신을 직면해야지만 세상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감정, 미련들을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 흡수와 증발을 계속 반복해 나가면서 여러 가지 마음들을 비워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방식을 통해서 최후에는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윤회를 벗어난다는 생각으로, 죽음을 온전한 죽음으로 맞이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건 저뿐만 아니라 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누구나 그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들이 오잖아요? 그런 타인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 붙잡는 마음이 아닌 잘 떠나기를, 잘 보내주는 마음을 생각하면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전시에서 저의 죽음에 대한 태도들을 현실의 풍경을 통해서 드러내려고 했습니다. 타들어 가는 향의 연기 속에 소중한 대상들을 천도하는 마음을 담으려고 했고, 연기와도 같은 바람 줄기 속에 그런 영혼이 나아가는 모습, 떠나가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늘과 대지가 만나는 수평선과 같은 공간에 죽음 너머의 세계로 떠나는 통로가 있다고 상상을 해서, 그런 빛의 통로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을 통해서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죽음과 상실을 넘어서서, 자신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정민주- 그럼 이제 준비한 몇 개의 질문을 주고받고, 그다음 편하게 질문 주시면 대화하는 시간 좀 갖도록 하겠습니다.
콘노 유키- 저도 이제 민주 님이랑 태경 님이랑 같이 일도 해왔던 사람으로서, 이번에 일본에서 전시를 하신다고 하니까 어떤 부분에 좀 주목을 하고자 했는지 궁금했었습니다.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문화적인 차이나 이런 것들을 떠올리셨을 거 같고.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권태경- 일단 저는 일본을 자주 오는 편이라, 만화책도 좋아하고. 그래서 문화적으로 되게 익숙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죽음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태도가, 물론 그걸 보편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언급을 꺼리고 염려하는 느낌이라면, 여기는 좀 더 포용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의 이런 시도를 일본에서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했습니다.
정민주- 이전에는 죽음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었는데, 그 언급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이유가 있을까요?
권태경- 저의 첫 개인전 때 한번 죽음에 대해서 언급했었는데, 그때 당시에 받았던 반응들이 염려하는 분위기도 있었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한동안 아예 언급을 해오지 않았었어요. 그러다가,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면 정리해서 이야기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거를 일본에서 먼저 언급해 보자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그런 죽음에 대한 관념이 정리되는 시간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비행기 창문 너머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했던 시간들이 쌓이면서 많이 정리가 되었고, 그러면서 또 일본에서 전시를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정민주- 그럼 이제 준비한 몇 개의 질문을 주고받고, 그다음 편하게 질문 주시면 대화하는 시간 좀 갖도록 하겠습니다.
콘노 유키- 저도 이제 민주 님이랑 태경 님이랑 같이 일도 해왔던 사람으로서, 이번에 일본에서 전시를 하신다고 하니까 어떤 부분에 좀 주목을 하고자 했는지 궁금했었습니다.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문화적인 차이나 이런 것들을 떠올리셨을 거 같고.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권태경- 일단 저는 일본을 자주 오는 편이라, 만화책도 좋아하고. 그래서 문화적으로 되게 익숙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죽음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태도가, 물론 그걸 보편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언급을 꺼리고 염려하는 느낌이라면, 여기는 좀 더 포용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의 이런 시도를 일본에서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했습니다.
정민주- 이전에는 죽음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었는데, 그 언급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이유가 있을까요?
권태경- 저의 첫 개인전 때 한번 죽음에 대해서 언급했었는데, 그때 당시에 받았던 반응들이 염려하는 분위기도 있었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한동안 아예 언급을 해오지 않았었어요. 그러다가,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면 정리해서 이야기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거를 일본에서 먼저 언급해 보자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그런 죽음에 대한 관념이 정리되는 시간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비행기 창문 너머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했던 시간들이 쌓이면서 많이 정리가 되었고, 그러면서 또 일본에서 전시를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정민주- 태경 작가님과 전시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그는 상실에서 비롯된 고통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의 태도로는 불교적 관점이 많습니다. 불교에서는 죽음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자체를 고통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태경 작가가 이렇게 반복적으로 붓질을 하는 행위는 수행적 태도이고. 빛의 고리를 그리거나 연기 같은 것들을 그리는 것은 고통, 그리고 삶과 죽음에 비롯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경계의 통로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로 이 통로를 좀 시각화해 보고 직접적인 애도로써 향에 대한 의미를 더해보았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발췌한 인용구가 하나 있는데요, ‘팔정도’에 나오는 고통에 대한 정리인데 이것을 좀 낭독해 드리고 싶습니다.
“고통이란 통상적으로 느끼는 아픔이라기보다는 형용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물이 완전해지는 일은 결코 없다거나, 우리가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등의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 모호한 것이 고통이다. 고통은 엄연히 존재하는 일종의 느낌으로서 알아차림의 가장자리를 맴돈다.”
태경 작가에겐 이 전시가 고통 너머의 통로가 되는 전시이기를 바랬고, 관람객들에게는 고통 자체를 마주해보는 그런 전시가 되기를 바래보았습니다.
저희가 되게 길게 얘기했는데, 이쿠히샤상이 되게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어제 질문을 주시려다가도 토크 때 물어보시겠다고 하셨는데 질문 있으신지요?
사와다 이쿠히샤- 방금 전에 하신 말씀을 듣고 태경 작가님의 작업이 사생관에 입각한 작업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아까 전에 설명하셨던 것처럼 초기 작업에도 그런 사생관에 대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고 이해를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키워드를 좀 더 밀고 나간 전시로 만드신 것 같은데요. 그런 사생관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태경- 되게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서 시작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더 언급을 조심스러워했습니다. 어떤 죽음을 마주했길래 그렇게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용기 내기 힘들었느냐 하면 사실 지금도 그것에 대해서 얘기를 할 자신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작업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용기 가질 수 있도록, 민주 작가님이 응원을 많이 해줬던 것 같아요.
정민주- 또 같이 대화해보고 싶은 내용이 있으시면 편하게 이야기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객A- 그러면 작업을 이미지가 이번에 새롭게 좀 더 구체적인 이미지로 등장했잖아요? 작가님께서 작업하시면서 그 과정에서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새롭게 시도를 하고, 그 작업이 끝나고 나서는 어떠하셨는지,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권태경- 아까도 말했다시피 윤회를 거부한다는 마음이 되게 단호한 편인데, 정말 이상하게도 좀 더 직접적으로 풀어내기 시작하면서 뭔가 그런 단단하게 먹었던 마음들이 풀어지는 마음을 받았던 것 같아요. 물론 삶은 고통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걸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제가 놀라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뭔가 이 전시가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떠나는 이들의 구제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에 대한 구제이기도 한 거 같아요.
관객B- 작가님 개인적인 감각으로써는 작업을 풀어가실 때 고통스러운 감정에 가까운지, 아니면 그리운 감정에 가까운지, 어떤 감각에 가까운지 궁금합니다.
태경- 완벽하게 딱 이거다 라고 할 수 없는 마음인 거 같아요. 그리움이라는 마음 자체도, 결국에는 보고 싶지만 보지 못하는 거잖아요? 그거 자체가 고통이기도 하고 또 사랑이기도 하고. 뭔가 하나로 판단할 수 없는 마음들이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콘노 유키- 저랑 태경 작가님이 준비 과정에서 이야기 나누면서 많이 나왔던 것 중 하나가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인 차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들었던 이야기는, 태경 작가님이 보셨을 때, 일본에서는 죽은 사람과 심리적으로 거리적으로도 좀 더 가깝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저도 일본에서 살면서 집에 불단이라는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 있고. 그런 추억을 다시 떠올리다 보니까 한국은 어떤 차이가 있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역으로, 한국에서의 사생관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태경- 뭔가 사생관이라고 하면 조금 거창하고,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는. 저는 경상도 사람인데, 언급하지 않는 느낌이라고 받았습니다. 애써 얘기하거나 상기시키진 않고 피하는 느낌? 지방마다 물론 차이는 있겠지만 조심스러운 느낌이에요. 그런데 그러지 않고 좀 더 가까이하는 일본의 문화적 모습이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민주- 저는 그 장례문화가 죽음에 대해서 갑자기 시공간을 다르게 하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축제’라는 영화가 있는데, 조금 예전 영화에요. 근대적인 문화의, 집 앞마당에서 장례를 치르는 모습이 나와요. 그 장례를 보면 잔칫집과 유사한 형태로 장례를 치르거든요. 죽음을 언급하지 않는 지점도 있는데. 딱 행사처럼, 잔치처럼 보내고, 1년에 한 번씩 상기하는 정도. 그래서 죽음이 되게 크게 왔다가 가는.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정민주- 한국에 경주라는 도시가 있는데요. 불교문화의 역사가 두터운 도시이고, 오래된 구도시인데. 그곳의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올여름 7~8월에 개인전을, 이 전시에 이어서 연결되는 세계관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정민주- 추가 이야기가 없으면 토크를 이만 마무리 할까요?
관객C- 일본에 와보니 어떠세요?
권태경- 이건 정말 관광객의 입장으로써, 음식이 너무 맛있습니다. 신랑과 일본 여기저기를 10번 정도 온 것 같은데 항상 소화제를 챙깁니다.
정민주- 저는 오온을 운영하면서 한국화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한국화 재료와 동양화 재료에 대해서 전시를 진행하면서 도쿄로 리서치 트립을 오게 됐었고, 다양한 채색 재료들을 탐구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고. 이쿠히샤상을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된 것도 기쁩니다.
콘노 유키- 아, 그때 이쿠히샤상을 만났나요?
정민주- 아니요. 이쿠히샤상은 바르셀로나에서 만났지만. (웃음)
콘노 유키- 그럼 이 정도로 토크를 마무리할까요?
민주, 태경- 감사합니다.



